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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통해 바라본 시나몬에서의 나

5794 단어
29 분
AI를 통해 바라본 시나몬에서의 나

회사를 떠나게 됐다. 2024년 6월에 시나몬에 입사했으니 2년 조금 넘게 다녔다.

회고를 써 보려고 빈 문서를 열었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프로젝트 이름과 기능 목록이었다. 뭘 만들었고 어떤 문제를 고쳤는지는 비교적 쉽게 기억났다. 그런데 그걸 쭉 적고 보니 이력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서 어떻게 일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기억만 믿고 쓰면 아무래도 나한테 유리한 장면만 골라낼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다른 방법을 써 봤다. 입사한 2024년 6월부터 남아 있는 Slack 대화와 Linear 이슈, GitLab·GitHub 기록을 AI에게 보여 주고 이렇게 물었다.

이 기록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가?

분석에 사용한 프롬프트는 아래와 같다.

같은 분석을 재현하는 프롬프트 펼쳐보기
나는 한 회사에서의 나를 기억이나 자기평가가 아니라 업무 기록으로 돌아보고 싶다.
[배경]
- 분석 대상 기간: 2024년 6월 입사 시점부터 퇴사일까지
- 회사는 닉네임으로 소통했고, 나의 닉네임은 Van이다.
- 사용할 수 있는 자료: Slack 공개·비공개 업무 채널, Linear 이슈, GitLab/GitHub 커밋·MR·PR·리뷰 기록
- 목적은 성과평가나 직급 추정이 아니라, 내가 반복해서 맡은 역할과 일하는 방식, 그 방식의 강점과 그림자를 발견하는 것이다.
[자료 조사]
1. Slack은 특정 프로젝트나 칭찬 표현만 검색하지 말고 기간을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나눠 표본을 고르게 수집한다.
2. Van이 작성한 메시지와 스레드뿐 아니라, 동료가 Van을 호출하거나 질문·리뷰·문제 해결을 요청한 스레드도 함께 본다.
3. 검색 결과만 읽지 말고 대표 스레드는 부모 메시지부터 마지막 답변까지 확인한다.
4. 개발, 기획, QA, 아트·애니메이션, TA, 인프라 등 서로 다른 직군과의 대화를 포함한다.
5. Linear에서는 할당된 이슈, 직접 만든 이슈, 다른 사람이 만들어 맡긴 이슈, 상태 변화와 프로젝트 이동을 본다.
6. 개발 기록은 GitLab에서 GitHub로 저장소가 이동한 시점을 고려하고, 작성한 변경과 동료 변경에 남긴 리뷰를 구분한다.
7. 메시지가 많은 시기나 기록이 잘 남는 종류의 일이 과대 대표될 수 있으므로, 조용히 처리된 일과 기록되지 않은 기여는 판단할 수 없다고 전제한다.
[분석 원칙]
1. 관찰한 사실과 해석을 분리한다. 모든 해석에는 서로 다른 시기나 프로젝트에서 반복된 근거를 붙인다.
2. 제품명과 기술 목록보다 반복되는 행동을 찾는다. 예: 모호한 문제를 구조화하는가, 시스템 사이의 계약을 확인하는가, 사람 사이의 언어를 번역하는가, 해결을 도구·문서·자동화로 남기는가.
3. 일이 Van에게 들어오는 방식도 본다. 질문, 장애, 리뷰, 조율 요청이 어떤 경계에서 반복되는지 확인한다.
4. 하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신뢰와 의존성, 책임감과 버스 팩터, 근본 해결과 과한 설계, 빠른 실행과 팀의 대기열처럼 같은 행동의 앞뒷면을 함께 제시한다.
5. 처음과 마지막 시기의 소통 방식을 비교해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한다.
6. 숫자는 우열이나 생산성 점수가 아니라 작업을 나누고 기록하고 협업한 습관을 읽는 보조 근거로만 사용한다.
7. 공식 직급, 인사평가, 동료 대비 순위처럼 자료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은 추정하지 않는다.
8. 결론과 맞지 않는 반례를 먼저 찾고, 반례를 설명하지 못하면 결론을 수정한다.
[원하는 결과]
- 먼저 기록 속 Van을 한 문장으로 묘사한다.
- 시기별로 역할과 기술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서술하되, 이력서처럼 프로젝트를 나열하지 않는다.
- 각 시기에는 구체적인 장면과 그 장면에서 반복된 행동을 함께 쓴다.
- AI가 바라본 모습, 내가 기억하는 나와의 차이, 그 차이에서 얻은 깨달음을 하나의 회고 서사로 연결한다.
- 잘한 일을 자랑하는 글이나 분석 보고서가 아니라, 강점과 그림자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보여 주는 개인적인 글로 쓴다.
- 마지막에는 다음 조직에서 무엇을 다르게 남기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여운을 남긴다.
- 공개 글에는 Slack 링크, 동료 실명, 비공개 이슈의 식별자와 민감한 세부 내용을 싣지 않는다.
- 중요한 판단마다 근거가 된 기록의 종류와 시기를 내부 메모로 남겨, 나중에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 프롬프트를 별도 AI 세션에 넣고, Slack과 Linear, 개발 기록을 다시 훑게 했다.

AI의 분석 결과 펼쳐보기

기록 속 Van은 정해진 기능의 소유자라기보다, 사람·데이터·도구가 맞닿는 경계에서 모호한 문제를 실행 단위와 계약으로 바꾸고 실제 사용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엔지니어였다.

입사 초기의 기록에는 빌드와 패키징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눈에 띄는 것은 빌드 자체보다 그 결과가 필요한 사람에게 도착하는 과정이다. Van은 최신 빌드를 매번 개발자에게 요청하지 않아도 되도록 다운로드 도구와 안내 문서를 만들었다. 첫 안내가 모든 환경을 포괄하지 못했을 때에는 직접 문제를 재현하고 예외를 고쳤다.

기록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도구와 문서를 만들고 남은 예외까지 따라갔다는 점이다. 기능을 만드는 것만으로 전달이 끝났다고 보지 않은 성향도 읽힌다. 다만 이 장면은 해결을 완전히 셀프서비스로 바꾼 성공담만은 아니다. 도구를 만든 뒤에도 한동안 Van의 직접 지원이 필요했다. 개인의 친절을 팀의 경로로 옮기려는 시도와 그 경로가 아직 한 사람에게 의존했던 상태가 함께 있었다.

캐릭터 행동과 프랍 제작 영역으로 들어간 뒤에도 비슷한 질문이 반복됐다. 개별 에셋의 위치를 하나씩 고치기보다 여러 에셋이 공유하는 기준을 확인했고, 제작 규칙이 불분명할 때에는 변경 범위를 넓히기 전에 아트·애니메이션·TA 담당자와 규칙부터 다시 맞췄다. 처음 세운 가설을 새 자료가 나오면 수정했고, 기술적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과 시각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도 구분하려 했다.

이 시기의 Van을 단순히 “근본 원인을 잘 찾는 사람”이라고만 부르기는 어렵다. 더 정확히는 한 직군 안에서 닫히지 않는 문제를 발견하면, 각자의 언어로 흩어진 조건을 하나의 실행 가능한 문제로 바꾸려는 사람이었다. 반면 공통 원인을 찾으려는 성향은 아직 필요한 범위보다 큰 모델이나 장치를 먼저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2025년에는 경계가 코드와 에셋 사이에서 사람과 개념 사이로 넓어졌다. 같은 단어가 엔진, 기존 제품, 새 제품에서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이던 논의에서 Van은 개념을 비교하고 기획·UI·개발이 함께 결정할 자리를 만들었다. 한편 자동화를 시도하다 제작 규칙 자체가 합의되지 않았음을 발견했을 때에는 구현을 밀어붙이지 않고 작업을 미뤘다. 초기 가설이 동료의 검증과 맞지 않으면 원인 설명도 바꿨다.

이 장면들은 Van이 언제나 정답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사실과 추정을 나누고, 틀릴 수 있는 형태로 의견을 내놓았다는 흔적에 가깝다. 팀의 기술적 맥락을 이어 갈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기록도 있었지만, 그것이 공식적인 지위나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확인되는 변화는 직접 구현하는 일에 더해, 다른 사람이 같은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개념과 작업 조건을 정리하는 일이 늘어났다는 정도다.

그림자도 이 시기의 기록에서 선명하다. 생각하는 과정을 짧은 Slack 댓글 여러 개로 공유한 스레드는 함께 문제를 풀 때에는 빨랐지만, 뒤늦게 참여한 사람이 결론을 다시 조립해야 했다. 회의에서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결정이 글로 남지 않은 대화도 있었다. 맥락을 연결하는 사람이었지만, 연결한 맥락을 언제나 오래 남는 형태로 바꾼 것은 아니었다.

2026년에는 주된 기술이 Unreal과 C++에서 Rust, WebAssembly, WebGPU, React와 데스크톱·웹 런타임의 조합으로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기록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이전과 비슷했다. 데이터의 식별자는 누가 소유하는가, 만드는 쪽과 읽는 쪽이 같은 의미를 사용하고 있는가, 실패했을 때 어느 계층이 상태를 복구하는가, 로컬에서 성공한 결과가 실제 서비스와 제품까지 도착했는가를 확인했다.

리뷰에서도 코드 스타일보다 의미의 불일치, 상태 적용 순서, 손상된 저장 데이터의 복구, 테스트 전용 통로가 제품에 노출되는 문제, 문서와 구현의 차이를 오래 살폈다. 진행률이나 성공 로그만으로 완료를 선언하지 않고, 공유 환경에서 실제 결과가 만들어지고 다시 소비되는 증거를 따로 요구한 장면도 반복됐다. 기술 스택은 달라졌지만 Van이 서 있던 자리는 여전히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였다.

후기의 메시지는 초기보다 확인된 사실, 남은 가정, 담당 경계와 완료 조건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그중 상당수는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다. 문장의 정돈 자체를 Van의 능력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위험과 증거를 남길지 결정한 방식에서 변화를 읽는 편이 타당하다.

Linear에는 Van이 스스로 작업을 나누어 기록한 흔적이 많았고, 동료가 만든 이슈도 여러 프로젝트와 직군에서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Slack과 개발 기록에도 질문, 장애 대응과 리뷰 요청이 반복된다. 이는 모호한 문제를 맡길 수 있다는 신뢰와 양립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록만으로 신뢰를 증명할 수는 없다. 담당 범위가 넓었거나, 주인이 불분명한 일이 Van에게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해석을 택하더라도 같은 위험이 남는다는 점이다. 문제를 끝까지 따라가는 사람에게 일이 계속 모이면 책임감은 버스 팩터가 된다. 질문에 곧바로 답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 사람으로 된 API가 된다. 작은 단위로 빠르게 변경을 쌓는 습관도 팀이 이해하고 검토하는 속도를 넘어서면 개인의 생산성이 조직의 대기열로 바뀐다.

그래서 기록 속 Van에게 가장 가까운 이름은 특정 기능의 전문가보다 경계와 통합을 맡는 glue engineer다. 이것은 직급이나 공식 평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기와 제품에서 반복된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이름이다.

Van 자신은 아마 만들었던 기능들을 기억했을 것이다. 기록은 그보다 기능이 다음 사람과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더 많이 보여 줬다. 기술이 달라져도 반복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이 데이터를 소유하는가”, “다음 단계까지 실제로 도착했는가”, “이 해결이 나 없이도 다시 사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 차이를 보며 강점과 약점을 따로 떼어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를 버리는 대신 책임이 한 사람에게 남지 않게 해야 한다. 공통 원인을 찾되 지금 필요한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직접 해결한 문제의 수보다 다음 사람이 스스로 닫을 수 있게 만든 문제를 더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다음 기록에는 “Van이 답했다”보다 “Van이 없어도 같은 질문이 되풀이되지 않았다”가 더 많이 남기를 바란다.

결과는 생각보다 길고 꽤 진지했다. AI는 기록 속의 나를 기능과 직군, 시스템 사이의 빈칸을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거기에 붙인 이름은 glue engineer였다.

처음에는 조금 낯간지러웠다. 그리고 바로 든 생각은 이거였다.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었나?

나는 내가 만든 기능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AI는 그 기능들 사이를 돌아다닌 흔적을 보고 있었다.

나는 기능 이름부터 떠올렸는데#

입사 초기에 GitLab 빌드 아티팩트를 만들고 내려받는 흐름을 정리한 적이 있다. 기획자가 최신 빌드를 확인할 때마다 개발자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도록 다운로드 도구와 README도 만들었다.

나는 그냥 ‘빌드 관련 작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AI는 이걸 빌드 결과와 그 결과가 필요한 사람 사이에 길을 만든 일로 봤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당시에는 매번 파일을 전달하는 게 번거로워서 시작한 일이었다.

캐릭터와 프랍을 다룰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프랍마다 오프셋을 하나씩 고치는 대신 여러 캐릭터가 같이 쓰는 기준 소켓부터 확인했다. 아트 에셋의 축과 구조가 런타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아트·애니메이션 쪽과 계속 맞춰 봤다. 애니메이션 도구에서 잡은 위치 정보가 제작 과정 중간에 사라지는 문제를 발견했을 때는 그 정보를 Unreal까지 가져가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때는 전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지금 한 줄로 이어 놓고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한 사람의 작업이 다음 사람에게 넘어갈 때 정보가 빠지거나, 서로 당연하다고 생각한 기준이 어긋나는 지점을 자주 들여다봤다.

2025년에는 Shot이라는 단어를 두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Unreal의 Shot, 기존 제품의 StoryShot, 새 제품에서 말하는 Shot이 모두 조금씩 다른데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차이를 문서로 적고 기획, UI, 개발 담당자가 같이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었다. 내 기억에는 ‘회의를 잡고 문서를 만든 일’이었는데, AI가 보기에는 서로 다른 직군이 쓰는 말을 맞추는 일이었다.

2026년에는 주로 쓰는 기술이 Unreal과 C++에서 Rust와 웹 기술로 크게 바뀌었다.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기록에서 내가 오래 붙잡고 있던 건 비슷했다. JSON 버전과 호환성, 깨진 저장 데이터 복구, 데이터를 만드는 쪽과 쓰는 쪽의 스키마 차이 같은 것들이다. 외부 서비스에서는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실제 제품까지 오지 않는 문제도 끝까지 확인하곤 했다.

이 대목은 낯설었지만 꽤 그럴듯했다. 나는 한 기술을 오래 파는 식으로 일관성을 쌓은 사람은 아니었다. 대신 도구가 바뀌어도 이상하게 비슷한 빈칸을 찾아다녔다.

칭찬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AI는 여러 직군과 저장소에서 질문이나 리뷰 요청이 들어온 걸 ‘신뢰의 흔적’이라고 해석했다. 솔직히 처음 읽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막혔을 때 떠올리는 사람, 애매한 문제도 일단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뜻 같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장에서 같은 기록을 ‘의존성’이라고 불렀다. 거기서 잠깐 멈췄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누군가 막혔을 때 내가 바로 들어가서 고치면 당장은 빨리 끝난다. 나도 해결했다는 기분을 얻는다. 하지만 다음번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또 나를 찾게 된다. 질문에 빠르게 답하는 동안 어느 순간 ‘사람으로 된 API’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초기 Slack 기록을 보면 생각나는 대로 짧은 댓글을 여러 개 남긴 경우도 많았다. 같이 실시간으로 문제를 풀 때는 빨랐겠지만, 나중에 스레드에 들어온 사람은 조각난 맥락을 다시 맞춰야 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정해야 할 것, 남은 의존성, 완료 조건을 한 번에 적는 메시지가 조금씩 늘었다.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문제를 푸는 것과, 내가 푼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건 별개의 일이라는 걸 배워 가고 있었다.

잘하던 방식이 늘 좋은 건 아니었다#

glue engineer라는 이름보다 더 오래 남은 건, 장점과 단점이 사실 같은 행동의 앞뒷면이라는 이야기였다.

문제를 끝까지 따라가는 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끝에 늘 내가 있으면 팀은 나에게 의존하게 된다. 근본 원인을 찾는 습관도 좋지만, 가끔은 작은 문제에 너무 큰 해법을 떠올리게 했다. 이슈와 PR을 빠르게 쌓는 동안에는 동료가 그만큼 읽고 리뷰해야 한다는 사실도 놓치기 쉬웠다. 내가 빨리 가는 것과 팀이 빨리 가는 건 같은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이런 걸 그냥 ‘고쳐야 할 단점 목록’으로 생각했다. 기록을 모아 보니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끝까지 따라가는 성향 자체를 버릴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대신 이번 문제를 내가 바로 닫을지, 아니면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도 닫을 수 있게 길을 만들지 조금 더 자주 생각해야 한다.

공통 원인을 찾더라도 지금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손이 빨라질수록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는 천천히 정하는 것. 말로 적고 보니 당연한데, 일할 때는 자주 잊었다.

물론 AI가 나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메시지를 많이 남긴 일은 크게 보였을 테고, 말없이 지나간 일이나 기록에 남지 않은 동료의 도움은 거의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있었다. 내가 남긴 기록을 내가 해 본 적 없는 순서로 다시 늘어놓아 줬다. 덕분에 잘했다고 생각한 일과 다음에는 다르게 해 보고 싶은 일이 사실 같은 곳에서 시작됐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시나몬을 떠나며 굳이 glue engineer라는 이름까지 챙겨 가고 싶지는 않다. 대신 애매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 보고, 사람과 시스템 사이에서 자꾸 생기는 빈틈을 메워 본 경험은 가져가고 싶다.

다음에는 내가 연결한 것들이 나 없이도 조금 더 오래 굴러가게 만들고 싶다. 내가 몇 개의 문제를 직접 해결했는지보다, 다음번에는 팀이 나를 찾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싶다.

Van은 닉네임으로 소통하던 시나몬에서 내가 사용한 이름이었다.

언젠가 다음 회사의 기록도 다시 AI에게 읽혀 볼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때는 “모든 질문이 Van에게 모였다”보다는 “Van이 지나간 뒤에는 같은 질문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

지금은 그 정도면 꽤 괜찮은 다음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2024년 6월 입사부터 퇴사까지의 Slack 업무 대화, Linear 이슈, GitLab과 GitHub의 개발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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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통해 바라본 시나몬에서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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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ihoon Jeon
게시일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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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oon 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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